엑시트 간추린 이야기
대학 시절 산악 클라이밍 동아리에서 에이스였던 용남(조정석)은 졸업 후 백수로 지내고 있다. 가족들로부터 무시당하면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운동능력과 힘만큼은 대학 시절 못지않아 철봉에서 운동을 쉽게 한다. '구름 정원'이라는 연회장에서 어머니(고두심) 칠순 잔치 열리던 날 용남은 친척들의 말뿐인 위로에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가족사진을 촬영 중 낯익은 얼굴을 보는데, 대학 시절 동아리 후배였던 의주(임윤아)를 발견하게 된다. 의주는 연회장에서 부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사실 대학시절 의주에게 고백하다 차인 용남, 둘 사이는 어색하다. 용남은 의주에게 잘 보이려고 어떤 기업의 과장이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그 시각 연회장 근처에서 '유독 가스' 테러가 발생한다. 도심 곳곳으로 가스가 퍼지는데 용남의 가족들은 바깥 상황도 모른 채 놀다가 밤 11시가 다 돼서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연회장을 나서면서 가스가 유출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연회장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위기 탈출을 위해 이때부터 용남과 의주의 클라이밍 동아리 시절을 회상하며 의기투합하여 각종 상황들을 지혜롭게 헤쳐나간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고무장갑을 이용하여 임시 방호복을 만들고, 지하철 역에서 방독면 세트를 찾아서 정화통의 유효시간을 확인하여 목적지로 이동하기도 하며, 건물 간 이동을 위해 헬스장의 아령과 습득한 로프를 이용하여 건너가다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두 사람의 탈출을 위해 사용된 방법으로 드론을 사용한 것은 아주 신선한 장면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난 두 사람은 재난 속에서 꽃 피운 사랑을 확인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엑시트 명대사 모음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 엑시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청뒤에 자연스럽게 입으로 나오는 대사이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시청하였는데, 역시나 아들 두 녀석이 영화 끝나자마자 손을 올리며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를 연신 외치고 돌아다녔다.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는 SOS 구조 신호를 나타내는 모스 부호이다. 해외 재난 영화에서 본듯한 기억인데, 국내 재난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누구나 쉽게 안전교육을 받게 해 주니 재미와 교육의 일거양득이다. 그리고 엄마의 칠순잔치를 위해 용남이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를 다듬는 중에 엄마가 용남의 가르마를 기상천외하게 바꾸는 장면에서 용남이 내뱉는 한마디 '내 가르마야' 또한 명대사 중에 하나다. 말쑥한 머리를 '너는 가르마가 이쪽으로 이렇게 가야' 한다며 용남의 허락 없이 머리를 쑥대밭으로 바꾸는 엄마와 그것이 너무 속상한 용남의 대화 속에서 진짜 우리 엄마를 보는 것 같아 너무 공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사람 살려주세요'가 기억에 남는다. 용남과 의주가 건물 옥상에서 구조를 간절히 외치면서 부르짖는 대사가 '사람 살려주세요'이다. 이 대사가 무슨 명대사냐고 할 수도 있으나, 재난 상황 속에서 목이 터져라 '사람 살려달라'는 말이 그 어떤 말보다도 절실하지 않은가? 최근 여러 천재, 인재를 보면서 참 가슴에 와닿는 대사이다.
엑시트만의 차별성
첫번째 재난 영화를 통해서 여러 안전 상식들을 배울 수 있다.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 SOS 모스 부호는 물론이고, 대걸레와 담요로 만든 환자 이송용 들것, 가스를 들이마시지 않기 위해 고무장갑과 쓰레기봉투로 만든 임시 방화복이며, 지하철 역사 내 보관된 보호장비, 방독면 정화통의 착용법과 사용시간 등 위급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팁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학습이 되었다. 두 번째는 재난 영화에 빠질 수 없는 신파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 가족이나 연인의 재난으로 인한 고통과 이별 장면을 삽입하여 때론 불필요한 눈물을 짜내는 장면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늘어지지 않고 빠른 전개에 만족할 수 있었다. 조정석과 임윤아 커플의 완벽한 조화로 곳곳에서 보여준 두 사람만의 캐미가 너무 좋았다. 이런 코믹한 재난 영화는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관람객 수가 약 9백5십만 명으로 2019년 최고의 영화였는데 역시 그 이유가 분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유독 가스'를 영화 소재로 사용하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지진, 헤일 등 자연재해가 대부분을 차지하였는데, '가스 테러'를 억지 설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잘 풀어냈다.